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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교육 1편: 교수자의 시선) - 디자인교육, 어느새 달라진 풍경들

by raonlog 2025. 7. 9.

디지털 시대, 바뀐 교실의 풍경

디자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교실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제가 학교다니던 아주 예전에는 마커펜, 스케치북, 프리젠테이션 보드가 수업의 기본 도구였습니다. 작업은 손으로 직접 만들었고, 결과물을 강의실 벽에 붙여 놓고 다 함께 피드백하는 풍경이 자연스러웠죠.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작업이 디지털 기반입니다. 태블릿 하나만 들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고, 과제 제출은 거의 클라우드를 통해 이뤄집니다. 피드백 역시 대면보다는 노션, 피그마, PDF 코멘트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하죠.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은 시대입니다.

미드저니가 그린 디자인과 교수의 시선

📍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

디자인과 학생들은 다양한 툴을 정말 빠르게 익혀 나갑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는 기본이고, 프로크리에이트, 피그마, 심지어 3D 툴까지 능숙하게 다루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입학 전부터 관심을 갖고 이미 익혀오기도 하죠.

하지만 기술의 양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중요한 것은 ‘디자인 기획력 및 판단력’과 ‘선택의 기준에 대한 나의 철학’입니다. 어떤 도구를 써야 할지, 왜 이 표현이 적절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툴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툴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요즘 디자인 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교수자의 역할도 변한다

예전에는 교수자가 많은 것을 알려주고, 학생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정보는 이미 학생들 손 안에 있습니다. 구글, 유튜브, AI를 통해 어떤 기능이든 바로 배울 수 있는 시대죠.

그래서 요즘 교수자의 역할은 “정답을 주는 교수”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조언자”로 바뀌고 있습니다. 강의 중에도 “이건 이렇게 해”보다 “너는 어떻게 해보고 싶어? 그렇게 하려는 이유와 네 생각은 뭐니?”라는 질문을 더 많이 던지게 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저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느낍니다.

 

📍 디자인 교육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이다

기술은 날마다 발전합니다. 지금 사용하는 툴도 몇 년 후면 더 이상 쓰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보고, 생각하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감각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결국 디자인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잘 그리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그것을 시각화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는 시대에 따라 바뀌더라도, 그 안에 담긴 생각과 태도는 변하지 않죠.

 

📍 앞으로의 교육, 함께 만들어가는 길

디자인 교육은 더 이상 교수자가 앞서 끌고 가는 여정이 아닙니다. 학생들과 함께 걷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실패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자와 학생 모두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 속에서 배우는 입장으로 서야 합니다. 창의력, 비판적 사고, 시각적 문해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감각’을 키워가는 교육을 향해서 말입니다.

저는 그 여정의 한복판에서, 학생들과 함께 걷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