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저를 이렇게 주목해 주셔서 죄송합니다.”
2025년 8월 6일, 서울중앙지검 앞 포토라인에 선 김건희 여사가 남긴 이 한마디는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겼다.
'아무것도 아닌 저'라는 표현은 단순한 겸손의 말일 수도 있고, 혹은 사회적 시선에 대한 방어적 언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단지 정치적 맥락을 넘어서, 오랫동안 문학과 철학,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얼마나 의미 있는 존재인가"라는 물음 말이다.
이런 감정은 연설, 문학 등에서 자주 발견되는 말이다.
대표적인 예로,
1. 헬렌 켈러가 1925년 라이온스클럽 국제대회에서 했던 연설이 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고도 사회운동가로 살아간 그녀는 자신을 "nothing"이라 표현했지만, 그 "nothing"이 변화와 연결을 통해 "something"이 되었다고 말한다.
김 여사의 발언과는 결이 다르지만, ‘무(無)의 자각’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2.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에서 이 말을 사용하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었다. 아니, 인간이라고 부를 자격조차 없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나는 인간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느끼며 자신을 철저히 무가치한 존재로 인식한다. 이런 자기 비하의 감정은, 사회의 시선이나 자기 내면의 부정에서 기인하는데,
김 여사의 “아무것도 아닌 저”라는 말 역시 현실과 책임의 무게 앞에서 자기를 지우려는 방식으로 사용되었을수 있다.
3.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에서 딸 코델리아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I am nothing.”
하지만 이 말은 코델리아가 아버지에게 과장된 아첨을 거부하며 진실만을 말하는 장면으로 강한 윤리적 의지를 담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나"는 반드시 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때로는 진실을 지키기 위한 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여사의 말이 이런 진실을 지키기 위한 태도였을까?
우리는 누군가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에서 그저 수동적인 고백만을 읽을 필요는 없다.
그것이 정치적 언술이든, 개인적 반성의 말이든, 그 속에는 언제나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인간의 오래된 고민이 담겨 있다.
김건희 여사의 발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 말 속에 담긴 자기 인식의 방식과 시대적 맥락 때문일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나”라는 말은 겸손과 자기 인식, 또는 사회적 관계 속 자아의 위치를 묻는 표현이지만 혹시 겸손한척, 자기위치를 정확히 아는 듯하게 꾸민 말은 아니었을까?
문학과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온 이 말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어쩌면 가장 인간적으로 사용되는 문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