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 중엔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으로 "배달앱"이 떠오른다고 하죠.
심지어 어떤 친구는 "우린 진짜 배달 잘해서 배달의 민족 아니야? 근데 그 '배달'의 뜻이 나라이름이라고?? '" 라고 하더군요.
듣고 웃음이 나면서도 살짝 걱정됐습니다.
진짜 "배달의 민족"이 족발을 빠르게 배달하는 민족이라는 뜻으로 오해되고 있다면 말이죠.
사실, "배달의 민족"이라는 표현은 꽤 깊은 뿌리를 가진 말입니다.
여기서 "배달"은 고조선 이전 고대 국가인 ‘배달국’에서 유래했어요.
『삼국유사』 같은 역사서에 따르면, 환웅이 이끈 신시(神市), 즉 배달국은 한민족의 시작점으로 여겨지곤 했죠.
즉 "배달의 민족"은 "배달국에서 이어져 온 자랑스러운 한민족"이라는 뜻이었어요.
기원전 2333년에 세워진 고조선은 당시에는 조선이라 불렀지만 이후 이성계가 세운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서 고조선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만주 요령 지방과 한반도 서북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부족을 통합하여 생긴 국가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습니다.
2010년 등장한 음식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인기를 끌며, 이 표현의 이미지도 완전히 달라졌어요.
지금은 누가 "배달의 민족"이라고 하면 대다수는 "치킨 20분 컷", "한밤 중 감자탕"을 떠올립니다.
역사보다 앱이 더 유명해져 버린 시대인 거죠.
물론, 이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언어와 표현은 시대에 따라 의미가 확장되거나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배달의민족’ 앱 이름도 사실 고대 의미를 알면서 재치 있게 패러디한 것이고, 그런 센스가 또 하나의 문화가 된 거죠.
배달 문화가 워낙 발달한 한국이니까 가능한 일일지도요.
하지만 가끔은 이 말의 원래 의미도 함께 기억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단지 배달을 잘하는 민족이 아니라, 깊은 역사와 정체성을 지닌 민족이라는 것.
족발, 치킨, 떡볶이도 좋지만, 그 뒤에 숨겨진 우리 이야기에도 잠깐 눈을 돌려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다음에 누가 “역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야~”라고 말하면,
살짝 웃으며 “그 말, 사실 고조선 때부터 있었던 말인 거 알았어?”라고 말해보세요.
그 순간, 여러분은 음식도, 지식도 배달하는 진정한 배달의 민족이 됩니다.